고교 시절...

통기타를 잘 치는 한 친구가 있었다. 아마도 내가 제안을 했었던 것 같은데, 서로 의기투합하여 친구는 작곡을하고 난 작사를 맡아 함께 만든 노래가 하나 있었다. 시(詩) 속의 사랑이라는 타이틀로. ^^

노래가 완성되고 그 친구가 직접 기타 반주에 부른 노래를 테이프에 녹음했었는데 지금은 남아있지 않다. 대신 악보를 갖고 있어 미리 찍어둔 사진이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워낙에 음치, 박치라 악보를 봐도 도통 알 수가 없지만 입을 열고 흥얼거려보면 아직도 대강의 음은 기억하고 있다. ^^


시(詩) 속의 사랑

거리를 나서면 아직도 그대 향기 가득한데 여기엔

어디선가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옷깃을 여미우네


눈을 감고 그리면 아직도 그대 모습 비치는데 내 마음 속엔

따스한 꿈들은 사라지고 노을진 슬픔으로 가슴은 떨리우네


나직히 들려오는 그대 속삼임에 살며시 눈뜨고 보니

미소짓는 그대 모습, 그러나 손끝에 헤어지는 환상이었네


시속의 시속의 사랑을 나누자던 우리의 약속은 어디에

눈물로 눈물로 흐려진 시간 속에 사랑은 사라져만 가네


하지만 하지만 잊지는 않을거야 지나간 사랑은 언제나 아름다운걸

영원히 영원히 영원히 간직하리 우리의 사랑을 그대여


그 시절엔 이문세, 이승환, 변진섭, 신승훈 같은 가수들 위주의 발라드가 가요계를 평정하던 시기였다. 감성적이고 소녀적인 가사들이 주류였던 시기라서 그랬을까? 나의 가사도 실연의 아픔과 추억을 노래하고 있다고나 할까... ㅋㅋ

새벽에 쓴 편지는 붙이지 말라고 했다. 그 시절엔 편지도 많이 썼는데 실제로 붙이지 않은 편지도 적지 않았다. 새벽녘까지 잠못 이루다 쓴 편지를 다음날 읽어보면 편지지는 감상으로 젖다 못해 물이 뚝뚝 떨어질 판이었다. 말그대로 나에겐 이성에 눈뜬 시기였고, 사춘기였으며, '질풍 노도의 시기'였다. ^^

새벽에 쓴 편지와 유사하게 예전에 쓴 글을 읽다 보면 그와 비슷한 생각이 든다. 글 속에 담긴 유치하고 과장된 표현들과 극단적인 내용에 낯이 살짝 붉어지곤 한다. 이 노랫말(시 속의 사랑)도 마찬가지. 그래도 실제 노래를 부르면 조금은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P

'시 속의 사랑'이 나에게 소중한 이유로, 현재의 나에게 있어서 가사의 유치함을 생각케 하기보다는 고교 시절의 추억과 낭만을 떠올리고 미소 짓게 만든다는 것이다. 사진 속 악보와 가사에는 그 시절만의 풋풋한 추억이 애틋한 여운으로 서려있다. 현재 내 모습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무엇이...

몇년전 우연한 기회에 노래를 만들었던 그 친구가 신촌 어딘가에 한의원을 개업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다. 신촌이라면 내가 사는 곳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곳이다. 그런데 연락처를 알아내어 반가운 마음에 전화를 했을 땐 기대와 달리 다소 어색하고 짧게 통화가 마무리되었었다. 세월이 너무 흘러서일까 그후로도 몇년이 지난 지금 역시 선뜻 연락하기가 망설여지는 건 왜일까? '가까운 날 한번 봐야지!'라고 했던 나의 진심은 의례적인 인사치레가 되고 말았다.

짧은 가을이 지나가고 초겨울 첫추위가 기승떨고 있다. 올 겨울이 지나기전에 옛 친구를 한번은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세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지언정.


2008/11/20 08:30 2008/11/20 08:30
 
Bookmark and Share

Posted by Mr.朴


Trackback URL : http://kyungseo.pe.kr/blog/trackback/108

« Previous : 1 : ... 41 : 42 : 43 : 44 : 45 : 46 : 47 : 48 : 49 : ... 144 : Next »